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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250호 스프루스 탑 3개월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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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호 스프루스 탑 사용 후기>

 

10년 가까이 연습용 악기를 쳐오다 합판기타 수리를 목적으로 들른 명선생님 공방에서 250호 스프루스 악기를 업어온 지도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네요. 재작년 말 즈음해서 슬금슬금 기타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 시간 들여 천천히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던 중이긴 했지만 당일 바로 기타를 업어올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소리만 들어보고 오자! 이런 생각으로 방문한 거였는데, 어떻게 보면 충동구매였던 셈이죠.

 

수리를 의뢰한 제 합판기타를 선생님께서 받아들고 점검과 타박(^^)을 하시는 동안 공방에 있던 다른 기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고 스푸르스 640mm 한 대를 잡고 나서는 도저히 그 기타에서 손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 길로 은행에 가서 몇 차례에 걸쳐 출금을 하고 현금다발이 든 지갑을 손에 꼭 쥔 채 공방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말 충동구매였지만 기타에 대한 만족도가 커서 그렇게 지른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무엇보다 인상 깊고 감사했던 것은 시연을 할 기회를 충분히, 아주 긴 시간을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심하며 한시간 가까이 기타 퉁겨보고 이곡저곡 쳐보고 하는 동안 일부러 집중하라고 문까지 닫고 독방에서 제대로 소리 들어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손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표준 현장을 쳐오다 640mm 기타를 처음 잡아봤는데 무슨 곡이든 다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왼손이 편했습니다. 현고도 낮아서 힘들이지 않고 운지를 짚을 수 있었어요. 특히나 고음의 음색은 시중의 고가 기타와 비교해도 으뜸갈 만큼 선명하고 고왔습니다. 조금의 탁한 기운도 없는 선명하고 맑은 음이 제대로 곧게 뻗어나가는데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더군요. 더군다나 창밖에는 비까지 내려 충동구매에 제대로 일조하기도 했네요.

 

기타 구매 이후 장마철의 높은 습도로 인해 한 달 가량은 제 소리를 못 내는 듯 했는데, 9월 말 경이었나 퇴근 후 기타 꺼냈다가 깜짝 놀랬네요. 스프루스 악기는 소리가 천천히 여문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며칠 전 점검받으러 선생님 공방에 갔더니 선생님도 고음 소리 왜 이렇게 좋냐고 몇번이고 감탄하시는 거 보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꼭 제가 기타 만든 것처럼요. 제 기타 탄생월이 2010년 1월이니 내년 1~2월쯤 되면 소리가 더더욱 좋아질 거라고 하셨어요. 스프루스 기타는 정말 길들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점검받으러 갔을 때 제가 기타 잡고 있는 거 가만히 보시더니 왼손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시고선 상현주를 바꿔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가끔 기타 바레 운지 잡거나 1번줄 슬러하거나 할 때 1번줄이 지판 아래 쪽으로 빠진다고 해야 되나? 약간 미끄러질 때가 있었는데 전 제가 640mm에 적응을 못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거든요. 근데 줄 간격을 조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거예요. 상현주를 42mm에서 41mm로, 단 1mm를 줄였을 뿐인데도 왼손의 움직임이 확실히 편해지더군요.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그걸 5초 만에 간파하시고 바로 조정을 해주시다니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본격 기타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기타 구매 계획 있으신 분들 명노창 선생님 공방에 한 번 꼭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특히나 저처럼 스프루스 소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쳐보셔야 할 듯 해요. 250호 스프루스 기타 소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섬세하고 곱고 여운이 길고 순도 100%의 선명하고 맑고 곧은 음색, 그러면서도 음량도 시더에 뒤지지 않고요.. 절대 한마디로 표현이 안되네요. ^^;

 

또 180호 혹은 250호 기타 구매하시는 분들이라면 평생 소장할 목적으로 사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평생 AS가 가능하다는 점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잘 아실 테지만 기타란 악기는 잘 돌본다고 해도 약간의 변형과 흠집 등을 피할 수는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제작가의 점검을 받는 것은 필수입니다. 물론 국내 기타 공방 중 평생 AS가 되는 곳이 명노창 선생님 공방 한 곳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수제품이라는 이름을 내걸고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곳도 많으니까요. 모든 공정에 제작가의 정성어린 손길이 닿은 악기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한 달에 많아야 3대의 악기를 제작하시는 명선생님은 고객리스트 파일.. 도 아니고 노트를 보관하고 계시더라고요. 찾아가지 않아도 먼저 연락 주셔서 기타 상태를 물어보시고 관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입니다. 여러 분들이 아래 후기를 통해 이미 써주셨듯 자신이 만든 악기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 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해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원래 사진이랑 같이 올리려고 했지만 회사에서 짬짬이 몰래 쓰는 거라 사진은 나중에 첨부하도록 할게요. 아무쪼록 기타 구입 하실 때 제 글이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좋은 기타 선물해 주셔서 명노창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리고요.. 나날이 번창하시길 빌겠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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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열 2010.10.06 18:16
    저도 스프르스탑을 쓰고 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나이를 먹는 건 저 자신에겐 그닥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요 ㅎㅎ  소리를 빨리 익게 하고 싶어서 하루 1시간 이상씩은 꾸준히 치고 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기타와 함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 mnc 2010.10.06 19:16

    만족해 하시니 다행입니다.

    평생같이 있으면 복이 있을만한 악기입니다..^^

    언제든지 들리세요...

    감사합니다/